사람이 살고 있었네
높은 자리 탐하는 마음 한 톨 없는데
벼랑 끝까지 내몰린 마음들
악착같이 매달려 있다
깎아지른 절벽보다 더 절박한
실낱같이 이어진 지상과의 파란만장
누가 저 높은 곳까지 올라가 살고 있을까. 숨어 살아야 하는 어떤 사연이 저토록 아슬하고 절박한 파란만장을 가까스로 견디고 있는 것일까. 녹록하지 않았을 지상에서의 삶, 여행객인 나로서는 감히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. 다 버리고 떠난 것 같으면서도 실낱같이 이어진 관계가 발목을 붙잡고 평생을 따라다니는 것처럼 저 절벽을 붙들고 악착같이 버티는 한 발 한 발의 절박한 심정을 눈물겹다 하겠다. 갔다가 다시 되돌아 올 길을 만드는 것이 여행이지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결심으로 절벽을 오르는 사람들의 눈물을, 피땀으로 점철된 하루하루를 부디 끊어버리지 말기를. 우리가 내민 따뜻한 온기가 절벽 끝에 살아 있는 푸른 나무의 무성한 날들이 되기를. 저 절벽의 뜨거운 불꽃이 모든 날들을 환히 밝히기를.
디카시·글 : 이기영 시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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